본문 바로가기

강용주 인사드립니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 어느 밥상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 어느 밥상


어떤 송년회를 위해 밥상을 차렸다. 

<세월호>의 기록과 싸우는 이들을 위해.


지난 연말 수요일. 음식 만들기 위해 

광주트라우마센터 일을 부리나케 마무리하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 왔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일이고 

식구가 되는 일이다 

서양에서도 친구인 Companian은 빵(pan)을 같이 먹는(com) 사람들이라고 한다잖나.


밥상을 차리고 싶었다.

















수사기록, 공판기록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을 위해.

VTS 파일에 녹음된 내용을 하나하나 듣고 기록하는 이를 위해.

아이들이 남긴 영상을 빠짐없이 보며 눈물 흘리는 이를 위해.

아이들이 남긴 카톡문자를 있는 그대로,,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정리하는 이를 위해.


"구조하러 왔다고, 순서대로 하는 거니까 조금 더 기다리자고.. 괜찮니, 괜찮아.. 서로 위로하면서.. 물이 많이 차오른 그 순간까지도...,


아이들한테는 자기들끼리 안심시키는 문자하고 인사하는게,, 아마 구명보트고 구명조끼고 그랬을터..."


내겐 세월호와 연대하는 일이 밥상차리는 일이다. 

전장에 참전한 이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끼를 준비하는 일이다.


고등어 김치찜을 좋아하는 이를 위해 고등어 김치찜을 만든다 

오징어 숙회라면 정신 못차리는 이를 위해 오징어를 데친다. 

콩나물 김치국이라면 밥한그릇 뚝딱하는 이를 위해 콩나물을 산다.

지나가다 눈에 걸린 어물전의 물좋은 갑오징어도 사서 데친다. 

큰맘 먹고 압력솥 큰 거하나 새로사서 1박 2일로 갈비찜도 만든다.



<세월호>의 진실을 위해 기록과 싸우는 이를 위해,

살아남은 이의 치유를 위해 '심리적 참전'을 하며싸우는 이를 위해 따뜻한 밥 한끼 차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세월호>의 전장에서 '심리적 참전'하는 벗들을 

위해 맛있고 따뜻한 밥을 후다닥 정성으로 차려

함께 웃으며 먹는 것, 그게 '후방'에 서있는 내가 하는 일이다.



'치유 밥상'을 함께 나눈후

조금은 여유로와 진 몸과

팽팽하게 긴장된 신경줄을 

얼마간 느슨하게 하고 커피를 마신다.


내가 홈로스탕해서 손흘림으로 내린 

케냐 AA 피베리의 맛과 향을 즐긴다. 

이럴때. 바리스타 자격증 따느라 커피공부한게

꽤 도움이 된다.


사람들과 밥을 먹고

<세월호>를 품에 안고

그렇게 2015년이 저물어갔다



(그날의 쉐프 추천 요리는 부드럽고 탱글하게 살아있는 낙지볶음이었지만 맛있다면서도 태반을 남겼다. 

난 그 낙지들과 이틀을 더 씨름했고)



참석자 1 후기

"맛없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기묘한 식탁에서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픈건지 너무 먹어서 배가 아픈건지 헷갈리던 행복한 시간.",


참석자 2 후기

"푸짐한 한 상에 두 손 가득 선물까지.. 좋은 분들과 2015년도를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강용주 인사드립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용주... 어떤 소개  (0) 201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