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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겨레 프리즘] 킬링 아사드, 힐링 강용주 / 조일준


#힐링(치유)
“고문은 한 사람의 영혼에 죽음을 각인시키는 행위다. … 힐러리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고문 생존자가 다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온 사회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강용주, <프레시안> 인터뷰)

의사 강용주(50)는 그 자신 모진 고문의 피해자다. 전남대 의대 재학 때인 1985년 이른바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잡혀가 온갖 혹독하고 야만적인 고문 끝에 허위자백을 하고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앞서 1980년 5월 그는 대학입시를 앞둔 고3이었다. 광주항쟁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던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해 책 대신 총을 들었다. 5월27일 새벽 계엄군이 최후의 살육을 위해 전남도청에 들이닥쳤을 때, 그는 “너무 무서워 총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 뒤론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에 짓눌렸다. 앞날이 보장된 의대생 신분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조작 간첩사건에 휘말렸다. 학살과 탈출, 고문과 회유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금도 이 얘기가 나오면 그는 눈물을 흘린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36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