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주의 ‘양심 지키기’는 처연한 고행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젊은 강용주는 병약한 장기수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 청소와 빨래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면서 그들과 함께 민주화와 전향제도 폐지, 양심수 석방을 위한 옥중투쟁을 전개했다. 1998년 7월 1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상전향제도가 폐지되고 준법서약제도가 도입되었다. 그해 8월 15일 대통령의 특별사면 때 김대중 정부는 “죄 짓고 들어온 사람을 내보내는데 서약서는 최소한의 요구”라면서 석방대상자들에게 준법서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용주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와 함께 재판 받은 사람들은, 사형을 선고 받았던 사람까지도 13년 2개월 만에 모두 석방되고 그만 남았다. 이렇게 하여 그는 전향서나 준법서약서 같은 것을 쓰지 않고 14년간을 복역함으로써 세계 최연소 장기수가 되었다.
5·18기념재단이 2008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18참가자 자살비율은 10.4%로 일반인의 500배에 해당한다. 10명 가운데 8명은 직접적인 고문과 학대를 받았으며 9명은 자살직전까지 기도원이나 정신병동에서 보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5·18광주참가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는 시급한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상당한 전문성과 치밀한 치유과정을 필요로 하는 이 사업이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시작된 것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강용주는 5·18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하여 1주일에 한번 광주를 오가며 그 아픔을 같이 하고 있다. 그 자신이 환자이면서 의사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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